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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매는 단지 한 사람의 병이 아닙니다. 이 질환이 한 가족에게 찾아오면, 모두가 그 무게를 함께 견디게 됩니다. 특히 돌봄을 맡는 가족 구성원은 신체적인 피로뿐 아니라 정서적인 부담도 크게 느끼게 됩니다. 이 글에서는 치매환자 가족으로서 경험한 감정과 고민을 토대로, 실질적인 정서적 지지 방법을 나누고자 합니다. 이 주제는 단순한 위로를 넘어서,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천 방법을 중심으로 다루고자 합니다. 

    1. 감정 소진을 인정하고 스스로를 돌보는 용기

    치매환자를 돌보는 가족은 ‘수발자 증후군(caregiver burnout)’이라는 심리적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자에게 집중하다 보면 정작 본인의 감정은 무시하게 되고, 결국 분노, 무기력, 우울감이 밀려오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습니다. 정서적 지지는 타인에게서 오는 위로뿐 아니라, 스스로의 감정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저도 외할머니를 돌보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몰아붙인 적이 많았습니다. "가족인데 이 정도는 당연한 거야", "나보다 더 힘든 사람도 있어"라는 생각으로 제 감정을 억누르곤 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게 오히려 감정 폭발로 이어진다는 걸 알게 됐고, 결국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심리 상담을 받으며 많이 나아졌습니다. 가장 먼저 필요한 건 ‘내 감정도 소중하다’는 인식이며, 자기 돌봄(self-care)은 결코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환자와의 감정적 교감 – 기억보다 중요한 건 ‘지금의 정서’

    치매환자는 기억을 잃어가지만, 감정은 마지막까지 남는다고들 합니다. 환자와의 관계 속에서 정서적 교감은 언어 이상의 힘을 가집니다. 손을 잡아주는 행위, 함께 노래 부르기, 웃는 표정 하나가 환자에게 큰 안정감을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교감은 돌보는 가족에게도 큰 위안이 됩니다. 외할머니는 말수가 점점 줄어들며 제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제가 자주 불러드리던 노래를 들려주면 환하게 웃으셨습니다. 그 미소 하나로 저는 다시 하루를 버틸 수 있었습니다. 치매환자와의 관계는 ‘기억 중심’이 아니라 ‘감정 중심’으로 바뀌어야 하며, 이를 인식하는 것이 정서적 지지의 핵심입니다.

    3. 돌봄 부담을 나누는 구조 – 가족 내 역할과 외부 자원 활용

    정서적 지지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혼자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긴 병에 효자 없다'라는 우리나라 속담도 있지요. 장기간의 고된 간병이 지속되면, 가족들도 지치고 힘들기 마련입니다. 치매환자를 돌보기 위해서는 가족 구성원 간의 역할 분담은 물론이고, 요양보호사, 주간보호센터, 치매안심센터 등 외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돌봄을 맡은 이가 감정적으로 지치면 결국 환자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저희 가족은 처음엔 모든 돌봄을 어머니 혼자서 감당했지만, 점점 그 부담이 커지면서 가족 간 갈등까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역할을 나누고 외부 요양보호사 서비스를 활용하면서 돌봄에 숨통이 트였고, 어머니도 감정을 회복해 가셨습니다. 지지는 단지 말뿐이 아니라, 실제적인 돌봄 분담에서도 시작됩니다.

    4. 사회적 연결과 치매가족 커뮤니티의 필요성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은 종종 사회적 고립을 경험합니다. 주변에 쉽게 털어놓을 수도 없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서서히 멀어지기 쉽습니다. 이럴 때 치매가족 커뮤니티, 온라인 포럼, 지역 모임 등은 큰 위로가 됩니다.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는 사람과의 공감은 생각보다 큰 힘이 됩니다. 저는 치매안심센터 프로그램 중 가족 간담회에 참여하면서, 처음으로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라는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다른 분들도 각자의 사연 속에서 애쓰고 있었고, 거기서 서로에게 위로와 조언을 건네는 분위기가 참 따뜻했습니다. 정서적 지지는 단지 가족 내에서만이 아니라, ‘사회적 연결’을 통해서도 형성될 수 있습니다.

    치매환자 가족의 정서적 지지는 감정 소진을 인정하고, 환자와 감정적으로 교감하며, 돌봄을 나누고 사회적 연결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이 글은 실제 가족 돌봄 경험을 바탕으로, 치매 환자를 돕는 과정에서 겪는 감정과 회복 방법을 구체적으로 담았습니다. 더이상 치매가족을 혼자 감당하려고 애쓰지 마십시오. 사회 지지체와 외부자원을 활용해서 함께 돌보고 같이 헤쳐나가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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